[분석하기/영화]암살자들

조연이 없는 영화.

기본 정보

감독 : 허진호
주연 : 유해진(경찰_철구), 박해일(기자_재환), 이민호(기자_영일), 그리고 모든 출연진
장르 : 범죄, 드라마, 미스터리, 스릴러

영화 감상평

영화 초반에 가감없이 드러나는 폭력적인 장면은 7080년대 일상화된 폭력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해 놓았다.
이미 오래된 과거로 까맣게 잊고 있었다고 생각했는데, 화면 속 폭력 장면을 다시 마주하니 그 시대를 통과하면서 무력하게 겪은 폭력의 기억이 떠올랐다. 저항하지 못했거나 저항할 수 없었던, 그 폭력 안에서 머물러야 했던 당시의 한계가 그 씁쓸함이 다시 떠올랐다.

영화는 <내부자들>, <서울의 봄>, <남산의 부장들> 을 제작한 기획사로 연출과 스토리 구성이 탄탄하다. 영화를 보는 내내 내부자들과 좀 더 닮았다고 해야 할까,. 거대한 권력의 카르텔은 지나치게 촘촘해서 쉽사리 비집고 틀어갈 틈을 내어주지 않는다. 그 견고한 벽을 뚫기 위해 인물들은 치열하게 저항하지만, 그들이 마주하고 감내해야 할 삶의 무게가 가혹하다.

이 영화에는 조연이 없다, 쟁쟁한 배우들에 몰입도 있는 연기를 감상할 수 있다.

영화 속 역사 찾아보기

서울 형사 지방 법원 판결문에 총 7발의 총성이 있었다고 기록하고 있다.
탄창에 총 다섯 발만 들어가는 5연발 리볼버 권총을 가진 문세광은, 실탄 5발을 장전한 상태로 제1탄(오발) 로 자신의 허벅지를 쏘고, 통로를 달려나와 제2탄은 연설대 좌측, 제3탄은 불발(격발음 없음), 제4탄은 육영수 우측 두부 피격 그리고 마지막 제5탄은 연단 위 태극기에 맞혔다고 결론 지으면 육영수 피격 사건 범인으로 사형에 처하게 된다.

나머지 2발 중 한 발은 합창단원이 학생에게 발포한 경호원의 총성, 그리고 문세광 제압 후에 들린 누가 발포했는지 알 수 없는 천장에 흔적이 남은 총성이다.

출처: 중앙일보 [74년 문세광 사건] 보도 기사 중 국립극장 현장 배치도(2005년 01월 21일 자 기사)

당시 생방송으로 진행된 사건으로 문세광의 동선은 꽤 명확하게 드러나 있다.
녹화된 영상본을 통해 총 7발이 확인되었고 수사 본부에서 발표한 문세광에 4번과 4번 직전에 0.2초 사이 먼저 발포한 총알, 다큐를 통해 영상 분석팀이 제시한 땅땅 따 땅(땅은 문세광 총소리, 따는 또 다른 총소리)
이게 이 사건에 핵심인데, 문세광이 발사한 4번(육영수 피격) 탄두랑 문세광이 제압당한 후, 발포된 천장에 흔적을 남긴 탄두는 현장에서 미발견된다.

역사 왜곡 및 정치적 의도에 둘러싸여

역사 왜곡 및 정치적 의도에 둘러싸여 논란을 한복판에 있는 암살자(들)은 사실 그 논란이 되는 부분을 영화에서 찾아보기는 어려웠다.
그러나 안타까운 건, 도구가 필요할 뿐인 그들에게 먹잇감이 되어 영화 제작진 및 배우들이 곤혹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.
이 영화를 보고 영화랑 역사적 사실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궁금해서 찾아보았는데, 실제 사건과 흡사한 부분이 많았다. 영화에서는 총성의 횟수 차이가 있지만 맥락을 좀 더 선명하게 짚기 위해 그러지 않았나 싶었다.

그리고 무엇보다 이 영화가 좋은 건, 곳곳에 등장하는 굵직굵직한 연기자들이 꽤나 무게감있게 장면을 소화해 낸다는 것이었다. 다시 한번 언급하지만, 이 영화엔 조연이 없다.

덕분에 도대체 어떤 사건이었는지 다큐도 보고 자료도 찾아보면서 실제 사건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.
23살 청년 문세광은 사형 집행 당시 ‘그들에게 속았습니다. 나는 참으로 바보였습니다.’ 라고 했다는데, 그걸 좀 더 빨리 알았으면 어땠을까,.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.

이런 영화가 왜 이제 나왔을까? 실제 피격한 탄두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, 그 부분만으로도 영화적인 상상력이 충분하지 않나?! 그리고 미발견된 탄두 덕에 진짜 범인을 찾기도 어렵게 되어 버렸으니 말이다.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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